첨단 기술의 디자인·기능성 섬유의 품질 향상
민간 소비자의 빠른 피드백… 軍 방한용품보다 발전


미국 태드기어 사의 바지와 재킷을 입고 작전 중인 미국 특수부대원을 재현한 모델.   태드기어 제공



미군을 위시해 선진국 전투용 방한 장비, 특히 특수전용 방한 장비에서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바로 COTS(Civilian Off-The Shelf), 즉 ‘민수용품 직구매’다.

 원래 COTS는 냉전 이후, 특히 21세기의 각종 군용 장비에서 강한 추세로 자리 잡고 있지만 군용 개인 피복에서도 상당한 흐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방한 장비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생존에까지 직결되는 만큼 ‘테러와의 전쟁’에 참전하는 각국 군대에서 COTS에 의해 민수용 복장에도 기능 면에서 우월한 것이 있다면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첨병이라 할 수 있는 조직은 역시 각국의 특수전 부대들이다. 특수부대는 구성원 각자가 개인 구매한 장비의 실전 운용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9·11테러 이전에도 단순 지급품을 기계적으로 지급·운용하는 시스템보다 부대 차원에서 구매 예산이 따로 주어져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재량권이 주어졌다.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 시대에 돌입하면서 이 재량권은 크게 확대됐으며, 그중에서도 방한 장비는 COTS 구매 비중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미군은 앞서 언급했듯 ECWCS라는 세계 굴지의 방한복 시스템을 1980년대부터 운용해 오고 있다. 그러나 군용 시스템이 한번 제식화돼 운용되면 바뀌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반면 그 품질이 민수용 장비의 발전에 못 따라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거와 달리 기능성 섬유의 품질은 향상되고 가격은 떨어지는 반면 의복 디자인은 CAD 등의 첨단 기술, 그리고 군인들보다 압도적으로 많고 구매 횟수도 잦은 민간 소비자들의 빠른 피드백에 의해 군용 방한용품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처음에는 민수용 방한용품 중 적절한 것을 구매해 운용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지난 회에도 언급한 ‘소프트 쉘’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소프트 쉘 재킷은 최근에는 아예 제식 지급품에도 포함됐으나 특수부대들은 일찍부터 민수용으로 적절한 소프트 쉘 재킷을 구매해 착용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에는 민수용이지만 처음부터 군·경 시장을 노리고 제작되는 방한복이 크게 늘어나면서 선택의 폭이 비약적으로 넓어졌다. 다른 군용 복장이나 개인장구류는 민간의 등산이나 아웃도어 레저, 일상 생활 등에 잘 적용된다는 보장이 없으나 방한 장구류는 그 요구조건이 매우 흡사해 잘 만들면 민·군 시장 모두에서 인기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두터운 밀리터리 마니아층은 기능성에 더해 군-전술용 장비라는 점 때문에 구매하는 경우도 많아 잘 만들면 3중으로 인기를 끌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등산용 방한복 업체들 중에도 군·경용 전술 방한복, 특히 소프트 쉘 재킷으로 대표되는 기능성 후디(Hoody: 모자가 달린 비교적 가벼운 방한복)를 내놓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 또 전술용 복장을 주로 제작하는 업체들에서도 방한복을 주 종목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의 태드기어(TAD Gear) 브랜드다. 또 기존 등산용 업체 메이커들 중에는 아크테릭스(Arcteryx)처럼 아예 이런 종류의 복장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를 따로 내는(아크테릭스 리프) 경우도 있는 등 관련 업체가 갈수록 늘고 있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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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스의 방한·고어텍스
방수 장점 살린 미군피복





3세대 ECWCS에 포함된 소프트 쉘 재킷과 바지.




미군의 방한 피복 체계인 ECWCS시스템, 특히 그 가장 외부를 구성하는 고어텍스 파카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새로운 세대의 방한장비로 각광받아 왔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미국이 장기간에 걸친 ‘테러와의 전쟁’을 겪으면서 미군의 방한장비에는 새로운 조류가 불기 시작한다.

 미군은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장기간의 산악전투, 그것도 동계에 고도의 혹한을 겪으며 겨울 이외의 계절에도 일기 변화가 심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산악전투를 겪는 상황에 직면했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소부대에 의한 보병 전투가 주종을 이루는 ‘테러와의 전쟁’상황에서는 과거보다 더욱 개인의 움직임이 덜 방해받고 착용 편의성이 높은 방한 피복이 요구됐다. 이렇게 되자 ECWCS도 더욱 진화가 요구됐고, 이로 인해 ECWCS도 2세대와 3세대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2세대와 3세대, 특히 3세대 ECWCS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 바로 폴라텍(Polartec)이라 불리는 신소재 채택이다. 폴라텍 소재는 폴라 플리스(Polar Fleece), 혹은 단순히 플리스라고도 불리며 79년에 처음 개발됐다. 폴리에틸렌 계열의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플리스 소재는 울(양모)과 매우 흡사한 방한 성능을 갖고 있으나 무게는 같은 방한 능력을 가진 울보다 훨씬 가볍고 얇기 때문에 기존의 울 방한 피복들보다 방한 능력은 동일하거나 오히려 높으면서도 착용감과 활동성은 크게 개선된 복장을 만들 수 있다. 더군다나 발수성이 높기 때문에 습기가 닿아도 쉽게 스며들지 않고 보온성능을 상당부분 유지하며, 그러면서도 땀 등 몸에서 발생하는 습기는 투과되기 때문에 착용감도 좋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제2세대부터의 ECWCS에서는 여러 종류의 플리스-폴라텍 소재 피복이 사용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기존 방한 피복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피복이 ‘소프트 쉘’로 불리는 방한 상의다.

제3세대 ECWCS에서는 소프트 쉘 재킷과 바지가 제공된다.

 소프트 쉘은 기존의 고어텍스 등의 방수 피복과 구분 짓기 위해 새로 붙여진 이름이다.

고어텍스도 방수·투습이 동시에 이뤄지는 신소재였지만 그 자체로는 방한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약점이 있고, 그러면서도 비교적 두텁고 단단한 편이어서 착용감이 썩 좋지 않다. 플리스 소재는 착용감이 좋고 방한 능력도 좋지만 방풍 능력이 약하고 방수 소재도 아니기 때문에 보통은 플리스 소재의 상의 위에 방수 피복을 덧입었지만, 소프트 쉘은 이 둘 사이의 갭을 메워 가장 다양한 상황에서 한 벌로 방한복 수요를 해결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소프트 쉘은 플리스에 가까운(동등하지는 않지만) 방한 능력과 착용감, 그리고 충분한 방풍 능력 및 다소 제한적이기는 해도 방수와 투습 능력을 갖춘 특수 처리 플리스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즉, 가장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다용도성을 자랑하는데, 원래는 민간의 등산용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특수부대 등에서 그 실용성에 주목하면서 제식에 포함된 것으로 현재 전투지역의 미군 병사들 사이에서 애용되고 있다.

 다만 소프트 쉘은 그 자체로는 방수 능력이 기존 고어텍스 파카나 우의만큼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본격적인 우천시 등에는 보다 방수능력이 높은 피복을 덧입거나 갈아입는 편이 좋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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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970년대 개발…
높은 외기차단 효과 발휘


2000년대 중반까지도 미군에서 종종 사용됐던 1세대 우드랜드 ECWCS 파카.



1980년대부터 도입된 미군의 방한 시스템인 ECWCS(Extended Cold Weather Clothing System)은 다양한 피복류로 구성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고 잘 알려진 것이 가장 바깥쪽에 입는 방한 파카인 ECWCS 파카다. 만들어진 소재에 따라 ‘고어텍스 파카’로도 흔히 불리는 이 파카는 ECWCS의 구성품들 중 가장 널리 사용되며 그 디자인이 민간에도 전파돼 큰 영향을 끼친 제품이다.

 ECWCS 파카는 기존의 혹한용 방한 외피와 몇 가지 면에서 다르다. 이전의 방한복은 옷 자체가 솜이나 모피 등의 두터운 방한재를 포함하고 있거나 야전상의 내피처럼 필요에 따라 방한재를 직접 탈·부착할 수 있게 돼 있었다. 그러나 ECWCS 파카는 얇은 외피만으로 구성되며 그 자체에 기존에 볼 수 있던 방한재는 부착되지 않는다.

 기존에 방한재가 수행하던 체온 유지 효과의 상당 부분은 여러 겹을 입게 돼 있는 방한 내의로 충당하는데, 특히 최근의 제3세대 ECWCS에서는 7겹의 새로운 내의 피복류가 추가됐다.

이 방한 내의류는 최근에는 폴라텍(Polartec)이라는 새로운 방한 소재를 사용, 방한 능력이 기존의 면이나 모 내의류들에 비해 크게 증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ECWCS 파카는 이처럼 그 자체의 두께는 두껍지 않지만 예상 외로 높은 방한 능력을 보여준다. 신소재인 고어텍스 덕분이다. 고어텍스는 방수 능력이 있으면서도 습기는 방출하는 독특한 소재로, 미국 듀퐁사가 1970년대에 개발한 것이다.

 이 소재로 인해 ECWCS 파카는 높은 능력의 외기 차단 효과를 발휘한다. 강한 바람으로부터 몸을 지키며, 또 눈이나 서리·얼음 등이 몸에 닿으면 녹으며 옷을 적셔 피복의 방한 능력을 떨어뜨리는 습기도 차단한다. 따라서 두께에 비해 예상 외로 높은 방한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이 파카는 같은 소재로 만든 외피 바지 및 방수 전투화와 세트로 사용할 경우 눈 속에서도 방한 능력을 최대한 유지하는 높은 실용성을 보여주며 우천 시에도 상당한 수준의 방수 능력을 자랑한다.

 소재만이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도 기존의 방한 피복과는 상당한 변화를 보여준다. 머리에 쓰는 방풍 후드는 처음부터 고정돼 있으며 헬멧을 쓴 상태에도 뒤집어 쓸 수 있도록 처음부터 넉넉한 사이즈로 돼 있다. 또 후드를 최대한 조이면 눈 이외에 다른 부분이 외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 혹한 상황에서 얼굴을 보호할 수 있다.

 기존의 단추는 거의 쓰지 않았고, 지퍼와 벨크로(일명 찍찍이), 스냅 단추를 최대한 활용한 것도 특징이다. 소매 끝단의 조임도 벨크로를 이용해 손쉽게 할 수 있는데, 이것은 혹한기 착용자가 두터운 장갑을 끼는 것이 보통이라는 사실을 감안한 것이다.

지퍼 자체도 얼어서 내려갈 일이 없는 혹한 전용이며, 이것은 추가로 방풍 플랩에 의해 보호되기 때문에 비나 눈 등에 직접 노출될 확률이 낮다. 또 필요에 따라 추가 통풍이 되도록 현재의 모델에는 겨드랑이 부분에도 통풍용 지퍼가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머니의 경우도 기존 방한피복에서의 불만을 반영해 디자인이 변경됐다. 중앙 지퍼 양 옆이 지도를 넣을 수 있는 대형 포켓이다. 이 포켓은 벨크로를 사용한 데다 외부에 있기 때문에 손만 찔러 넣으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장갑 착용자의 편의성을 최대한 배려했다. 또 접근성이 높은 소매에도 주머니가 추가됐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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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에 따라 선택 착용 가능하게
총 23가지로 구성


 

1세대 ECWCS를 완전 착용한 미군 병사. 1988년 촬영.




 제2차 세계대전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 육군과 해병대의 방한장비는 근본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기본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당시 개발된 방한장구들의 개량형이 꾸준히 사용됐다. 특히 야전 상의는 65년형 야전상의(M65)가 2000년대까지 쓰일 정도로 수명이 길었다. 그러나 이것들 역시 80년대에 들어 일대 혁신을 가져오게 된다.

 86년 미 육군은 ECWCS(Extended Cold Weather Clothing System : 연장형 방한 피복 체계)라는 새로운 개념의 방한 장비를 선보이게 된다. 그때까지의 방한장비가 제2차 세계대전이나 6·25전쟁 상황에서 그때그때 필요에 맞춰 지엽적으로 개발된 뒤 그대로 제식이 되어 사용됐는데 이로 인해 다양한 상황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한 피복의 조합이 어렵다는 난점이 있었다.

 특히 약한 수준의 방한 피복만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상황에도 더 두터운 방한 피복을 입어 불편해지거나 행동의 편의성을 위해 방한 피복을 포기하다 추위에 고생하는 등의 상황이 많아지면서 미군은 방한장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에 들어갔고 이 결과물이 바로 ECWCS다.

 ECWCS의 가장 큰 특징은 ‘계층구조’를 철저하게 도입했다는 것이다. 전체 시스템은 3개의 계층(Layer)으로 나뉜다. 제1 계층이 내의, 제2 계층이 셔츠와 바지 등의 방한 내장 피복, 그리고 마지막 제3 계층이 방한 파카와 외장 바지로 구성된다.

이렇게 세 계층으로 나눠 상황에 따라 세 계층을 모두 쓸지, 아니면 일부만 사용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어 추위 및 요구되는 활동량에 따른 방한효과와 편의성의 조절이 가능해진 것이다.

 계층 구조만이 특징은 아니다. ECWCS는 총 23가지의 피복류로 구성된다.

상하 내의부터 장갑·벙어리장갑·후드·양말·방한화·파카 등 다양한 방한장비 및 피복이 존재하며, 이것들은 필요에 따라 선택해 착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각개 병사들은 상황에 따른 거의 무한한 방한 선택이 가능하다.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소재의 혁신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방한장비를 만들면서 천연 소재로부터의 ‘탈출’을 도모해 왔다. 이미 제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지만 ECWCS는 이런 경향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CWCS는 일단 기초를 형성하는 내의부터 폴리프로필렌 소재로 만들어졌다. 또 내의 위에 덧입는 방한 내장 셔츠 및 바지 역시 면과 나일론의 혼방으로 만들어졌으며 파카와 바지는 신소재인 고어텍스로 이뤄졌다.

천연 방한 소재는 수급이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습기·고온 등에 약해 수명이 짧고 위생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인데, 그동안 발달된 직조기술이 합성 소재의 사용을 오히려 더 천연소재보다 우월하게 개량한 것이다.

 그러나 ECWCS가 완전히 기존의 장비를 대체한 것은 아니다. ECWCS의 일부를 이루는 방한화는 기본적으로 6·25전쟁 때부터 사용된 미키 마우스 부츠와 버니 부츠이며, M65 야전상의 역시 ECWCS의 유무와 관계없이 오랫동안 사용됐다.

또 ECWCS에서 방한 바지를 붙잡아주는 서스펜더 역시 1950년에 개발된 M1950이다. 오래된 장비라고 해도 실용성이 있고 비용대 효과가 높으면 오랫동안 살아남는 셈이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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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복첨모직 `파카'… 추위에 강하고 가벼워 인기몰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만들어진 미군의 혹한용 방한복. 리버서블 복장이며 첨모직 내피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코트 수준으로 막을 수 없는 혹한을 위해 양털 등의 모피를 이용한 방한복을 만들었다. 모피는 전통적으로 높은 방한 능력을 보장했으나 두텁고 무거운 데다 가격이 비쌌다.

 그 때문에 겨울에는 대부분의 군대가 전투를 실질적으로 멈추는 경향이 강했고, 제대로 된 방한 장비는 소수의 병력에게만 지급되며 나머지 병력은 있는 내의를 최대한 여러 겹 입는 등의 임시방편으로 혹한기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점점 현대전으로 들어오면서 이런 상황은 변해간다. 전투가 본의 아니게, 혹은 의도적으로 혹한기에 진행될 경우가 늘어났으며 전투 지역 자체도 광범위해지면서 병사들이 과거 같으면 전투를 회피할 기후, 혹은 지형에서도 전투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재평가·재개발된 것이 전통적인 수단과는 다른 혹한기용 장구들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2차 세계대전 중에 일어났다.

미국이나 캐나다, 독일 등 영토 내에 혹한 지역이 있고 섬유 기술이 발달한 나라들이 그 선두주자였다. 이 나라들은 모두 전쟁 중에 엄청난 수요 폭증을 겪으면서 설령 기존의 방한 장비가 효과적이었다 해도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수요를 맞추기 힘들다는 사실에 변화를 강요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현대적인 ‘파카’ 타입의 방한복이 개발·보급됐다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제2차 세계대전부터 각국의 방한복은 양의 모피가 아니라 첨모직(Pile), 즉 수건이나 카펫처럼 날실이나 씨실 어느 한 쪽을 털이나 고리 모양으로 짜서 직물의 한 면이나 양면 모두가 마치 털가죽 같은 모습과 효과를 보이게 한 소재를 크게 선호했다.

 첨모직은 처음에는 방한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효과는 의외로 차이가 적었다. 미군이 1942년에 실시한 테스트에서도 모피와 첨모직의 차이는 미세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잘 만든 첨모직 소재는 방한 효과가 거의 같으면서도 모피보다 가볍다는 점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공급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비싼 모피와 달리 첨모직은 대량생산과 보급이 용이하고, 특히 미국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민간용 차량 생산 중단으로 자동차 시트 등의 내장재로 소모되던 대량의 첨모직 생산능력이 유휴화되는 바람에 엄청난 생산능력이 보장돼 있었다.

 물론 나름의 단점도 있었다. 첨모직은 바람이 불 때에 방한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그 때문에 첨모직 소재 내피를 방풍(Windproof) 외피로 보호하는 2중 구조가 요구됐지만, 이렇게 두 가지를 혼합해 사용하고도 모피 소재보다 가볍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첨모직 소재와 방풍 외피의 혼합구조 방한 파카는 빠른 속도로 보급됐다. 물론 여기에도 모피가 제한적으로 사용되기는 했지만(모자 등), 과거에 비하면 모피 의존은 압도적으로 줄어들었다.

 2차 대전 중 보편화된 또 다른 아이디어의 하나가 리버서블(Reversible), 즉 옷의 앞면과 뒷면을 모두 사용 가능하게 한 방식이다. 이것은 한 면은 설상활동을 감안한 백색, 또 한 면은 눈이 없는 곳에서 사용하는 일반 군복색(혹은 위장색)으로 만든 것으로, 혹한지역이라도 늘 눈이 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로 인해 하나의 복장으로 최대한 효율을 내기 위해 만든 것이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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