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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7 XB-70 발키리 폭격기

길이 60m·마하 3…
미 항공기술 역량 집대성


1964년 9월 21일 아침, 미 공군 팜데일 공군기지에서는 역사상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항공기가 떠올랐다. 길이 60m, 무게 250톤, 마하 3의 속도로 순항하며 20톤의 수소폭탄을 투하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발키리 폭격기가 탄생한 것이다.발키리(Valkyrie)는 북유럽 신화 속에 등장하는 전쟁의 신이다.

거인족에 대항하기 위해 전사의 영혼을 모으는 발키리는 소련이라는 거인의 위협에 대항하고자 했던 미국의 의지를 표현하는 명칭이기도 했다. 비록 양산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XB-70 발키리는 인류가 만든 항공기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오래 비행하면서 인류를 파멸로 이끌 만큼 무장을 탑재했던 ‘가장 강력한 항공기’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XB-70 개발이 논의되던 1950년대는 구소련의 핵전력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이 전략공군사령부(SAC)를 창설하고, 대륙간 핵공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 B-36·B-47·B-52 등 전략폭격기를 순차적으로 취역시키던 때다. 미국 전략폭격기를 요격하기 위해 구소련은 초음속 전투기인 MiG-19와 MiG-21을 배치시켰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은 초음속 폭격기인 B-58 허슬러 폭격기를 배치했다.

하지만 B-58은 항속거리가 짧아 B-52 장거리폭격기를 대체할 수 없었고, 장거리 항속이 가능한 핵추진 항공기 WS-12부터 마하 3급의 WS-110까지 다양한 후보안이 고려됐다.XB-70 폭격기는 이 WS-110 프로그램에서 채택된 노스아메리칸의 폭격기 제식명칭이다. 1964년 처음 비행한 시제기는 몇 차례 비행 후에 마하 2.85의 속도를 10분 동안 지속시켰고, 1966년에는 고도 2만2550m와 시속 3250㎞라는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고고도를 마하 3의 속도로 순항하기 위해 XB-70에는 고속 비행 시 날개가 아래로 꺾이는 설계가 적용됐다. 이는 초음속 비행 시 발생하는 충격파로 주날개 아래 공기의 압력이 상승되는 압축효과를 활용하기 위한 설계방식이다.착륙할 때 기수를 아래로 꺾을 수 있도록 한 설계도 콩코드 초음속여객기보다 XB-70에 먼저 적용된 설계방식이다.

유로파이터·라팔 전투기와 같이 기수의 보조날개와 삼각형의 주익을 결합한 방식도 현대 전투기에는 일반적이지만 발키리 설계가 시작된 1950년대에는 그리 흔한 것이 아니었다.놀라운 성능을 보였던 XB-70의 비극은 1966년 6월 8일 아침에 시작됐다. 홍보사진 촬영을 위해 이륙한 XB-70이 F-104N 전투기와 충돌해 추락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추락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이었던 XB-70의 반대여론은 가속화됐고, 1969년 2월 4일의 비행을 끝으로 결국 XB-70 폭격기 양산은 취소됐다. XB-70은 고고도에서 마하 3급의 속도로 적지를 침투하기 위해 1950년대 미국의 모든 항공기술 역량을 집대성한 결과물이었다.

그 결과 XB-70은 매우 고성능의 무기로 탄생했지만 XB-70의 운용개념은 성능을 따라가지 못했다.1950년대 말에는 이미 다양한 미사일이 등장하고 있었고, 1960년대에 불어닥친 미사일 만능주의는 XB-70의 고고도 침투개념을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저고도 고속침투전술을 구사하는 B-1 폭격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XB-70의 성능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도 격추시키기 어려운 우수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는 무기체계 개발에 있어 장비의 성능보다 운용개념 연구와 미래 전장환경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임상민 국방기술품질원 공중전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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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니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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